국내 연구진, 세계 최초 '양자거리' 측정 성공으로 양자기술 혁신 이끈다 | 양자컴퓨팅 기술

국내 연구진, 세계 최초 '양자거리' 측정 성공으로 양자기술 혁신 이끈다

연세대 김근수 교수팀과 서울대 양범정 교수팀의 공동연구로 세계 최초 양자거리 측정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양자컴퓨팅과 양자센싱 등 다양한 양자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세계 최초 양자거리 측정 성공의 쾌거

원자보다 작은 머리카락 굵기의 백만분의 일의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수치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이 이 불가능에 도전하여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를 직접 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근수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팀과 양범정 서울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 측정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 선도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양자 컴퓨팅과 양자 센싱 등 다양한 양자기술 전반에 기초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성과입니다. 특히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도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국내 연구진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양자거리란 무엇인가?

양자거리의 개념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거리는 두 물체 사이의 물리적 간격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양자거리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양자거리는 미시세계 입자 간의 양자역학적 유사성, 즉 얼마나 닮았는가를 수치로 나타내는 물리량입니다.

양자역학에서 전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공 같은 입자가 아니라 파동처럼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존재합니다. 전자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고, 전자 간 실제 거리를 측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미시세계의 특성 때문에 전자들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양자거리'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양자거리의 특징: 두 입자가 완전히 똑같은 양자 상태일 때 최솟값 0, 완전히 다르면 최댓값 1이 되며, 양자 컴퓨팅과 양자 센싱 분야에서 양자 연산의 정확도 평가와 상태변화 추적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로 여겨집니다.

일상적인 비유로 설명하자면, 양자거리는 마치 두 사람의 DNA 유사성을 측정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두 사람이 일란성 쌍둥이라면 DNA 유사성은 100%(양자거리 0)에 가깝고,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이라면 유사성이 낮아(양자거리 1에 가까워) 집니다.

동전 던지기에 비유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비트컴퓨터)는 동전이 앞면 아니면 뒷면이라는 결괏값을 내지만, 양자컴퓨터의 정보 단위인 큐비트는 0과 1 사이에서 무수한 값들을 갖습니다. 마치 동전이 공중에서 회전하고 있는 상태와 같습니다.

연구팀 소개: 이론과 실험의 완벽한 조화

이번 연구 성과는 양범정 서울대 교수의 이론그룹과 김근수 연세대 교수의 실험그룹이 각각 5~10년 동안 꾸준히 발전시켜 온 전문성을 토대로 이론그룹과 실험그룹의 긴밀한 협력 연구 끝에 창출해 낸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김근수 연세대 교수팀

김근수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각분해광전자분광(ARPES)과 흑린에 대한 실험 연구에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분해광전자분광은 물질에 빛을 조사할 때 튀어나오는 광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분석하는 실험 기법으로, 물질의 전자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김근수 교수팀은 지난해 흑린에 대한 실험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바 있으며, 이번 연구에서는 실험 부분을 담당했습니다.

양범정 서울대 교수팀

양범정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팀은 양자거리 측정에 관한 이론 연구에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미국 MIT와 협력하여 양자거리를 근사적으로 측정한 결과를 네이처 피직스지(Nature Physics)에 게재하는 등 이론 연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이론 부분을 담당했습니다.

양범정 교수팀은 흑린의 단순한 조성과 대칭 구조로 인해 전자의 양자거리가 위상차(phase difference)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양자거리 측정 방법: 흑린과 편광된 빛의 만남

흑린 물질 선택의 이유

연구팀은 양자거리 측정을 위해 '흑린(black phosphorus)'이라는 물질에 주목했습니다. 흑린은 인(P) 원자들이 고압 조건에서 육각형 2차원 구조를 이룬 물질로, 탄소 원자가 육각형 구조로 연결된 그래핀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흑린을 선택한 이유:
  1. 조성이 단순하고 안정적임
  2.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어 물리학적 성질을 관찰하기 용이함
  3. 전자의 양자거리가 위상차에 의해 결정된다는 특성을 가짐

각분해광전자분광 실험 방법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각분해광전자분광(ARPES)이라는 실험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이 기법은 물질에 빛을 조사할 때 튀어나오는 광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실험 과정:

  1. 흑린에 수평 또는 수직으로 진동하는 두 종류의 편광된 빛을 조사
  2. 빛에 의해 흑린에서 방출되는 전자들의 신호를 측정
  3. 측정된 신호를 분석하여 전자들 사이의 위상차 분포를 파악
  4. 위상차 분포를 통해 양자거리를 계산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각분해광전자분광 실험에서 편광된 빛을 이용하면 전자 간 위상차에 따라 검출 신호의 세기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수평인 빛을 이용하면 양자역학적으로 동일한 전자를 관측할 수 있고, 수직인 빛을 이용하면 양자역학적으로 반대인 전자를 관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의 의의와 활용 가능성: 양자기술의 새로운 지평

양자컴퓨팅 오류 감소 가능성

현재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오류 비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현재 양자컴퓨터의 오류 비율은 0.1~1%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는 양자컴퓨터의 정보 단위인 큐비트가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양자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큐비트가 0과 1 사이에서 어떤 값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오류를 감지하고 보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김근수 교수는 "정교한 측량법이 있어야 정교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처럼 전자 상태를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정교한 양자기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자센싱 정확도 향상

양자센싱은 양자역학적 특성을 이용하여 극도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기술입니다. 양자거리 측정 기술은 양자센싱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자센서가 주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할 때 양자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센서의 상태 변화를 더 정밀하게 추적하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의료 영상, 지질 탐사, 항법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정확한 측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양자기하 연구 분야 선도 기회

양자기하(quantum geometry)는 물리학 분야에서 아직 미개척 영역으로 남아있는 분야입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양자기하 연구의 중요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근수 교수는 "지난 20년간 물리학 연구의 화두는 고체 속 전자의 위상학적 성질이었지만 최근에는 기하학적 성질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양자거리 측정은 양자기하 연구의 중요한 초석"이라고 말했습니다.

향후 연구 방향: 양자기하의 새로운 지평

다양한 물질에서의 양자거리 측정 확장

이번 연구에서는 흑린이라는 특정 물질에서 양자거리 측정에 성공했지만, 향후 연구에서는 이 기술을 다양한 물질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김근수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구조와 전자 특성이 다양한 다른 고체 물질로 확장해 미개척 분야인 양자기하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선도하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양자기하 분야 연구 전망

양자기하 분야는 앞으로 더욱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최근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는 물질의 기본 성질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초전도와 같은 난해한 물리 현상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국내 양자기술 연구의 미래

이번 연구 성과는 국내 양자기술 연구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앞으로도 국내 연구진들이 양자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결론: 국내 연구진의 세계적 성과, 양자기술의 미래를 밝히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성공한 양자거리 측정은 양자기술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연세대 김근수 교수팀과 서울대 양범정 교수팀의 협력 연구를 통해 이루어낸 이번 성과는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영역에 도전하여 성공한 사례로, 국내 기초과학 연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근수 교수와 양범정 교수는 "건축물을 안전하게 세우기 위해 정확한 거리 측정이 필수인 것처럼 오류 없이 정확하게 동작하는 양자기술 개발에도 정확한 양자거리 측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연구성과는 양자 컴퓨팅, 양자 센싱과 같은 다양한 양자 기술 전반에 기초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습니다.

양자기술은 미래 산업과 과학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한국이 양자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연구진들의 혁신적인 연구와 도전이 계속되어 양자기술의 발전과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 사이언스(Science) 논문: doi.org/10.1126/science.ado6049
  •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
  • 서울대학교 양범정 교수 연구팀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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