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식품의 이해: 과학과 개인 선택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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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식품의 이해: 과학과 개인 선택의 균형

유전자변형식품(GMO)은 현대 농업과 식품 산업에서 가장 복잡하고 논쟁적인 주제 중 하나로, 과학적 안전성과 소비자의 알권리 사이에서 지속적인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여 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들은 GMO의 안전성을 뒷받침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우려와 투명한 정보 제공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높다. 한국의 경우 식량자급률이 23% 수준에 불과해 GMO 농산물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소비자 78.5%가 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등 알권리 보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과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GMO의 과학적 기초와 기술 발전

GMO의 정의와 원리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생물체 유전자 중에 유용한 것을 취하여 그 유전자가 없는 다른 생물체에게 삽입하고 유용하게 변형시킨 농산물 등을 원료로 제조·가공한 식품을 의미한다. 이 기술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생물의 장점을 취합하여 생산성과 영양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유전공학 방법을 사용하여 DNA를 변형한 농업용 식물로, 대부분의 경우 종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특성을 식물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이다.

GMO 작물을 만드는 과정은 먼저 시험관 내에서 식물이 갖길 바라는 유용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재조합 DNA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재조합 DNA는 유전자를 식물체로 옮기는 능력을 갖고 있는 아그로박테리아 세균을 이용하거나 미세한 금속 입자로 코팅한 후 식물 세포에 발사하는 입자총 방법 등을 이용해 식물세포에 주입된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특정 해충, 질병, 환경 조건에 대한 저항성, 부패 감소, 화학적 처리에 대한 저항성 또는 작물의 영양 프로필 개선을 달성할 수 있다.

차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

최근에는 전통적인 GMO 기술을 넘어서 유전자 편집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연구진은 다배체 작물이 가지는 유전적 특성을 활용해 식물 형질의 다양성을 구현하고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한국에서 자생하는 가지과 식물인 '까마중'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편집해 꽃대 발달과 구조 결정 등 식물의 생장과 번식에 중요한 형질을 활성화했다. 이러한 다배체 유전자 편집 기술은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병 저항성이나 대사물질 함유 조절 같은 특성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육종 방법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성 연구와 과학적 증거

국제적 안전성 평가 체계

GMO 작물이 도입된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GM 작물의 환경 영향과 식품으로써의 안정성에 대한 방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현재 상업화된 GM 작물의 안정성 평가는 "substantial equivalence(실질적 동등성)"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Codex, FAO, OECD, WHO 등에서 공인받은 절차를 거치게 된다.

우선적으로 정해진 목록에 따른 재배학적, 형태학적, 화학적 분석이 이루어지고, 특정 물질의 외부 유전자 도입 이전과 이후의 수치 변화가 일정 기준치 이상일 경우 안전성과 관련된 추가 분석이 진행된다. 인체로 유입된 외래 유전자는 단백질 합성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합성된 단백질의 독성 혹은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은 GM 작물의 안정성 평가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과학적 연구 결과와 안전성 증명

2016년 미국한림원에서는 지난 20여년간 발표된 900여건의 연구자료가 다양한 데이터를 이용해 GM작물의 인체 건강에 대한 영향을 평가한 결과, GM 작물이 일반 작물에 비해 인체 건강에 더 큰 위험을 끼친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한 2016년에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 107명이 GMO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전자변형식품을 먹는다고 사람의 유전자가 변형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식품 유전자는 섭취 후 소화효소와 위액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완전히 없어지며, 변형된 DNA가 우리 몸의 DNA에 끼치는 영향은 없다. 아직까지 GM 작물에 포함된 외래 단백질의 소비 이후, 해당 단백질의 체내 검출이나 독성 및 알레르기 유발에 관한 연구 및 보고는 없으며, 외래 단백질은 인체의 소화 기관 내에서 분해되어 활성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시제도와 규제 정책

국가별 표시제도 현황

전 세계 40여 개 나라가 유전자변형식품에 관한 표시제도를 두고 있으며, 각국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가장 엄격한 GMO 표시제도를 둔 곳은 유럽연합으로,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의 검출 여부와 관계없이 GMO를 원료로 사용했다면 무조건 표시해야 한다. 중국도 유럽연합 못지않게 까다로운 GMO 표시제도를 갖고 있으며, 정부가 지정한 원료 농산물이나 그 가공식품 모두가 표시 대상이다.

세계 최대의 GMO 생산국인 미국과 캐나다 등은 자율표시제를 운용 중이다. 지만 2022년부터 미국에서도 GMO가 포함된 식품에 대한 표시가 의무화되었다. 그러나 미국 농무부의 최종 규칙에 따르면, 기업들은 탐지 가능한 변형 유전자 물질이 포함된 경우에만 제품에 표시할 의무가 있다.

한국의 GMO 표시제도 현황과 개선 논의

한국은 2001년 유전자변형식품 표시제를 마련했으며, 현행 식품위생법은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만 이를 표시하도록 했다. 표시 대상을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모든 식품'으로 규정했으며, 함량 6순위 이하이거나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 성분이 존재하지 않으면 GMO 사용 여부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최근 GMO 완전표시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2025년 2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전자변형 DNA 또는 단백질의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식품에 GMO 식품임을 입증하는 표시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간장, 대두유, 물엿 등 주요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GMO 표시를 하도록 하는 '단계적 도입안'이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 인식과 선택권

소비자의 GMO에 대한 인식 현황

한국소비자연맹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1%가 농업생명공학기술 및 관련 용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65.9%가 GM작물의 안전성 관리에 불안해하고 있다. GMO 관련 유전자 지식수준을 평가한 결과 평균 정답율이 38.3%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평소 GMO가 건강에 위해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이 50.6%에 달했지만, 소비자 10명 중 8명(80.3%)은 '농업생명공학기술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식량 부족 및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농업 문제 해결'(70.2%)과 '미래식량 등 다양한 먹거리 생산 가능'(65.0%)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보 접근성과 소비자 우려

소비자들의 GM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많은 부분 소비자들이 GMO의 개발과정과 유통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데서 기인하고 있다. GM농산물이나 GM식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완전표시'(38.1%)와 '유통 등 취급·보관에 대한 규제강화'(33.8%)를 요구했다.

농업생명공학기술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접촉한 경로는 인터넷(41.0%)과 매스컴(40.0%)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정부 홈페이지 등(0.9%)은 거의 보지 않는다. 2023년 식약처 설문조사에서는 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소비자 응답률이 78.5%에 달해 소비자들의 알권리에 대한 요구가 높음을 보여준다.

국제적 소비자 인식 동향

중국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중국 공중의 약 60%가 그들이 일반적으로 GM 제품을 소비하거나 구매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은 GM 작물 재배를 금지하거나 승인하는 정부의 결정에 크게 영향받으며, 기술의 잠재적 이익이 잘 설명될 때, 가격 할인이 있을 때, 정부에 대한 신뢰와 과학에 대한 믿음이 증가할 때 공공 지지가 증가한다.

이탈리아의 사례 연구에서는 농업 부문이 해충, 가뭄, 식량 공급 문제와 같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생명공학 기술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GM 작물은 농민들에게 경제적 이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환경, 인간 건강, 소비자 복지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도록 개발되었지만, GM 식품 구매에 대한 소비자의 주저함은 지금까지 농업 생명공학이 어떻게 규제되어 왔는지에 대한 사회적 반응에서 비롯될 수 있다.

미래 전망과 기술 발전

차세대 GMO 기술의 발전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정밀하고 효율적인 작물 개량이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다배체 작물의 유전적 특성을 활용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병 저항성이나 대사물질 함유 조절 같은 특성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육종 방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밀과 감자 같은 주요 식량작물의 수확량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 생명공학기술작물 중 가장 먼저 실용화가 필요한 작물로는 '신종플루·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작물'(43.6%)을 최우선으로 꼽았고, '다수확 벼(생산성강화 벼)'(22.7%), '비타민A 강화 황금쌀'(14.0%) 순으로 나타나, 안전성을 우려하면서도 건강관련 작물의 실용화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GMO 기술은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가뭄이나 제초제에 저항성이 강한 농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특정 기능이 추가되거나 강화된 작물도 생산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뭄에 견딜 수 있는 옥수수, 가난한 나라 아동들의 야맹증 치료를 위해 비타민 A 성분을 강화한 '황금쌀'이 대표적인 예이다.

식량자급률이 23% 수준에 불과한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농업생산성이 월등한 유전자변형농작물의 수입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미 대한민국, 전 세계인의 밥상은 GMO의 영향권 안에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GMO 식품에 대한 이해는 과학적 근거와 개인의 선택권 사이의 균형을 찾는 복합적인 과제이다.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과학적 연구 결과들은 GMO의 안전성을 일관되게 뒷받침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전문가들과 국제기구들이 그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다. 동시에 GMO 기술은 식량 부족, 기후변화, 영양 결핍 등 인류가 직면한 중대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 보장 또한 민주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이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소비자들이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것은 과학적 안전성과는 별개로 자신이 섭취하는 식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정당하며 존중받아야 한다.

앞으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전성 확보와 동시에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발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과학적 연구와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교육과 소통을 통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잡힌 접근을 통해 GMO 기술이 인류의 복지 향상에 기여하면서도 개인의 선택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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